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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화] 사랑의 슬픔, <애수>

영화 <애수 (Waterloo Bridge)>포스터

 

고전영화 >> 애수 (Waterloo Bridge) (1940년/미국)

감독: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출연: 비비안 리(Vivien Leigh),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퓰리처 상을 여러 번 수상했던 작가 로버트 E. 셔우트의 동명 원작을 영화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 <애수>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처참하게 깨진 청년 장교 로이 크로닌과 발레리나

마이라 레스터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죠. 

 

 

# "나는 걸어가겠네." 

   "알겠습니다." 

 

안개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 위에 한 대의 지프가 멈춥니다.


마흔 여덟 살, 지금까지 독신인 그는

워털루 다리 난간에 기대어 알 수 없는 회한의 눈물을

머금은 채 서 있습니다.  

 

무언가 기억해 내려는 듯 손에 쥔 작은 마스코트를 보며,  
옛사랑의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 "학생이시죠?"

   "제가 웃기나요? 저거 우리 발레단이죠. 발레리나요?"

   "그래요."

 

제1차 대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어느 날, 워털루 다리에 서 있던 젊은 대위 로이는 

때마침 공습 사이렌을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로 피신하다가 한 여인을 도와주게 되죠!

바로 매혹적인 모습의 비비안 리입니다. 
그들은 혼잡한 대피소 안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공습이 해제되어 밖으로 나오자,

로이와 마이라, 무언가 아쉬운 듯 머뭇거리는데요. 

 

그녀는 곧 전장으로 떠나야 할 젊은 대위 로이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마스코트를 선물합니다.

 

# "고맙습니다. 무사히 돌아오시길 빌겠어요."

   "고마워요."
   "여기요, 이걸 가져요."

   "당신의 행운의 부적이잖아요."

   "당신에게도 행운이 올지 몰라요."

그렇게 마이라와 로이는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그날 밤, 극장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마이라는 객석을 바라보다

뜻밖에 로이의 웃고 얼굴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그리고 이내 기쁨으로 변하게 되죠! 

 

# "키티, 저 사람이야. 아까 낮에 만나 그 장교..."

 

공연이 끝나자 로이의 쪽지를 받은 마이라는 엄한 선생님 때문에

거절의 쪽지를 쓸 수 밖에 없는데요! 
거절의 쪽지 받고 되돌아가는 로이에게 친구가 다가가고

친구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몰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가물거리며 커져가는 촛불 아래서

사랑의 감정을 싹트우 게 됩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 못한 채 아쉬움만 남기고서 말이죠!

# "오늘 저녁 즐거웠어요. 네.  저도요."
   "향상 우리의 장소로 남는 거예요.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망 없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그런 것 같소..."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다음날 로이의 청혼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참전을 앞둔 로이가 갑작스레 출정한다는 소식을 들은 마이라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로이를 마중하기 위해 워털루역으로 갑니다.

 

가까스로 발견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이름만 부를 뿐 말한 마디 못하고 헤어집니다. 

 

# "오늘도 못 구했어..." 

 

그로 인해 발레단에서 쫓겨난 마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일자리를 찾아다니지만 좀처럼 구해지지 않습니다.

 

# "지금 몇 시 죠?" "4시 30분..." 


그러다 마이라는 로이 어머니를 만나러 간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우연히 신문 전사자 명단에서

로이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로이 어머니에게 말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생존의 길이 막막한 현실, 희망을 상실하고 절망하던 마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거리의 여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 "안녕 마라, 오늘은 장사 잘 돼?"

   "아직은 살아있어! 저기 군인들이 온다."

2년 후, 마이라는 군인들로 북적대는 워털루 역에서

하룻밤을 함께 할 손님을 찾습니다.
역전을 서성거리다 귀환해 오던 사람들 사이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로이를 발견한 마이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는데요.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세월에 회한의 눈물만 흘립니다.

 

# "믿을 수 없군 정말 당신이에요? 로이" 

   "내 사랑 마이라. 어디 한번 봅시다."
   "꿈은 아니겠죠. 믿을 수 없군요. 살아계셨군요..."

마이라는 스코틀랜드의 로이의 집에 초대되고

기쁘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로이와 어머니를 보면서 

난날에 대한 죄책감에  빠집니다. 
결국 마이라는 이별의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그곳을 떠나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로이는 마이라를 찾아 헤매고, 
안개 낀 워털루 다리를 위를  넋 나간 걸어가는 마이라!

 

갑자기, 차도로 걸음 내딛고는 그녀의 생을 마감합니다.

그로부터 25년이 흘러 중년이 된 로이는 마스코트를 만지며,    
한참을 서있다가 워털루 다리를 떠납니다.

 


▶감상 포인트 1>   올드 랭 사인 = 명장면

 

영화 주요 장면마다 잔잔히 흐르며, 감성을 자극하는 스코틀랜드의 가곡

<올드 랭 사인>은 영화 내내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말해 주듯이 구슬피 흐릅니다. 

청초한 아름다움의 지닌 비비안 리와 중후한 멋이 있는 로버트 테일러가

어렵게 첫 만남을 가진 캔들라이트 클럽에서 그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죠.
깜박거리는 촛불 조명 아래서 두 남녀는

<올드 랭 사인>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부드럽게 춤을 추는 이 장면!  

그리고...

 

<올드 랭 사인>이 흐르는 장면들을 관심 있게 보는 것, 역시 명장면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겠죠!

 


▶감상포인트 2>    이미지로 말한다  

 

영화 <애수>는 있는 그대로를 다 말하지 않습니다.

이미지로 관객에게 말하는 영화죠. 적절한 생략과 암시로 말이죠!  

그래서 더욱 매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안개 자욱한 워털루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선 마이라.

이 때 어떤 남자의 목소리만 들립니다.
남자의 말에 서서히 돌아서는 마이라,

무표정한 얼굴에서 단 한 번의 기묘한 웃음만으로도

그녀가 창녀로 전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애수>는 흑백의 단순함으로 더욱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OST로 향수를 불러일으켜 아련한 사랑의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애수 (Waterloo Bridge)> 장면들